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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한여한의사 최유경 학술이사_한의사의 성폭력피해자 진료경험 연구, 예방한의학회지 게재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63
날짜 2022-03-28

한의사의 성폭력피해자 진료경험 연구, 예방한의학회지 게재

최유경 가천대 한의대 교수, 심층 인터뷰 통한 질적연구 수행
한의사의 성폭력피해자 진료참여의 의미와 개선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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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성폭력피해자 진료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질적 연구가 대한예방한의학회지 제25권 제3호(2021년 12월)에 게재됐다.

 

최유경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내과학 부교수가 실시한 이번 연구는 대한여한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한의사와의 1:1 개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연구 참여자는 성폭력피해자 진료경험이 있는 한의사 총 5명으로 임상경력은 16년~29년이었다. 성별은 남성 2명, 여성 3명이었고, 5명 중 3명은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2명은 일반의였으며, 근무형태는 2명이 한방병원 근무자, 3명은 개원의였다.

 

성폭력피해자의 외상치료 경험자는 없었으며, 모두 성폭력 트라우마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치료한 경험자였다.

 

최유경 교수는 “질적연구의 특성 상 5명이라는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실시했고 참여자의 경험이 모두 트라우마 치료경험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영역의 진료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한의사의 성폭력피해자 진료참여의 현황과 의미, 개선방안 등에 대해 심층적이고 다면적인 자료를 제공하며 이는 성폭력피해자의 의료지원의 범주를 확대하고 성폭력피해자를 위한 의료업무에 한의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에 의미있는 질적 근거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폭력 경험, 진료실서 발견

 

인터뷰에 참여한 한의사들이 주로 진료한 성폭력피해자들은 처음부터 성폭력피해자로서 치료를 받으러 내원하기보다 신체적, 정신적 증상에 대한 치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환자가 피해사실을 한의사에게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대개 지인이나 다른 한의의료기관 또는 사회단체에서 의뢰받아 해당 한의원을 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유는 피해자들이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공감받지 못하는 경험을 했거나 공감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속에 피해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사건으로 자아가 무너져 버리면서 쉽게 트라우마를 꺼내볼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고, 분노가 주변인에게 투사되는 등 트라우마가 더욱 복잡하고 강화된 것을 경험했거나 본인이 겪는 복잡한 신체화 증상의 고통을 야기하는 구체적 상처나 원인을 의사가 규명해 내지 못하는데서 좌절을 경험한 피해자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체화된 증상 치료, 한의가 적합

 

이에 연구에 참여한 한의사들은 몸과 마음이 결합된 심신의학의 한의학적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신체증상을 규명해 치료를 실시했고, 실제 환자가 치료과정을 겪으면서 연결성을 경험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한의학에는 피해사건에 집중하거나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도 비언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치료술기들이 다양하다. 참여 한의사들은 성폭력피해자 치료에서 이 지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침 치료이며, 약침, 전침, 뜸, 부항, 향기요법, EFT기법, 추나, 한약처방 등 한의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치료 술기들 대부분이 포함됐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의사들은 “한의사들이 가장 잘 이용하는 접근방법(침)은 기억, 감정을 비롯한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굉장히 좋은 메리트”, “사건을 자꾸 화제로 꺼내 이야기하는 것은 해결방법도 없으면서 계속 건드리는 것과 같아 신체화된 증상에 의미를 두고 신체증상을 풀어주는 것이 트라우마 치료에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

 

실제 정부에서 발간한 의료업무 매뉴얼과 치유프로그램 매뉴얼 등을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성폭력피해자의 의료적 처치는 외상치료와 감염처치 및 법적증거물채취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후 과정은 주로 상담영역에서 다뤄지므로 트라우마로 인한 신체화증상 등을 치료하는 의료영역은 다소 부실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연구에서는 “한의학의 심신일원론적 패러다임은 심신이원론을 따르는 현대의학과 비교할 때 가장 크고 본질적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정신과 신체가 연결된 증상을 가진 성폭력피해자의 치료 모델을 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철학적 정초로써의 의미가 있다”며 “또 한의치료에 비언어적으로 접근 가능한 술기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약물치료에 의존하는 양방정신과 치료와 피해사건을 직접 떠올려야 하는 부담을 가진 상담치료가 가질 수 없는 장점으로 성폭력피해자 트라우마 치료를 다각도로 보완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최근 심리치료에서 중요시 여기는 환자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요법은 본질적으로 한의학의 扶正 개념과 유사하며 한의학에서는 상담을 통한 扶正 이외에도 전통적으로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환자의 정기를 북돋을 수 있다”며 “다만 탕약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용 문제 때문에 원활하게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은 성폭력피해자가 한의치료를 선택하는 데 부정적 의미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겠다”고 해석했다.

 

◇한의 참여 확대 위한 보완책

 

참여자들은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성폭력피해자 의료업무에 한의사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한의과대학 학부나 제도권에서 관련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성폭력피해자와 성폭력사건에 대한 이해, 환자와 치료자와의 관계형성, 치료자의 자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전문가 간 연계경험이 있는 경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연구에 따르면, 사건해결과정에서 만나는 상담사나 의사와 일하면서 경험하는 어려움과 관련해 “피해자 문진과정에서 배려 없이 묻거나 불필요한 질문을 하는 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부족, 배려부족”을 지적한 바 있는데, 본 연구 참여자들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놨다.

 

또 참여자들은 진료실에서 상담 중에 드러나는 성폭력피해자를 다수 목격하지만 처음부터 한의의료기관에 내원하는 성폭력피해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것을 안타까워 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와 지원단체와의 연계작업을 통해 내원경로를 다각화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한의치료가 성폭력피해자 치료에 갖는 의미와 역량을 적극적으로 알려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생기면 사건 후 좀 더 빨리, 많은 피해자들이 한의치료를 선택해 치료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참여자들은 “성폭력피해자 트라우마 치료경험은 한의사가 심신통합적이고 전인적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라며 “보건복지와 상담을 통합한 지역보건의 통로 역할을 통해 한의사와 한의원이 지역사회에서의 갖는 중요한 역할을 상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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