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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한의사회 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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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 대한여한의사회와 함께 하는 따듯한 독행(獨行)
날짜 2024-02-01


< 대한여한의사회와 함께 하는 따듯한 독행(獨行) >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남 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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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없이 많은 칼럼을 썼지만 이번 글은 정말 어렵고 무겁다. 최근 몇 달 동안 나는 대한여한의사회(이하 여한의사회 혹은 여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회지에 담을 글 안에 무슨 내용을 써야 할 지 참으로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한 일을 해 보니 생각보다 아주 많고 다채롭고 중요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기에 더더욱 이야기가 쉽지 않다.

 

  요즘 나에게는 개인적인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꼬이고 얽히면서 진행 중이다. 여자로서 한의사로서 겪을 수 있는 상황들 중 상당한 난이도의 것들이 겹쳐서 펼쳐지고 있다. 이로 인해 외부 업무는 최소화하였고 여한 회장님도 양해를 해 주셨지만 내 몫을 하고 있지 못한다는 부담감은 무척이나 무겁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것이 진정한 여한의사회다'라는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여자이기에 한의사이기에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배려를 많이 받고 있다. 그렇기에 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일관성과 평등에 대한 자각이 상당한 편이었다. “네가 나이가 위니까 00에게 양보해야지라는 말에 양보를 하면서도 저번에 완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왜 내가 어리니까 △△언니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하셨지?’라는 생각을 했고, “너는 책도 많이 읽은 애가 왜 그것도 모르니라는 말을 들으면 의아한 마음이 생겼다. “네가 태어났을 때는 몰랐는데 남동생이 태어났다는 소식이 오니 왠지 너무 신나서 집에 빨리 가게 되더라라는 말도 그러려니하고 넘겨지지가 않았고 지금까지 기억이 난다.


  여한의사회에서 일하면서도 일관성과 평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사실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서 여한의사회에 합류하게 된 것이 아니다.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일을 할 때마다 깊게 생각할 거리들이 생겼다. 한의사이기에 여성이기에 배려와 존중받을 때도 많았지만, 은근하게 깊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속상한 일들도 생겼다.


  이런 일들을 대하는 태도는 3-4가지일 것이다. 투쟁, 관망(혹은 외면), 독행. 여한이 선택한 행보는 완만한 독행(獨行), 부드럽고 온화한 마음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유튜브였다. 맥락을 살릴 수 있는 형태로 컨텐츠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유튜브는 우리 여한이 하는 일들, 하고자 하는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매개체였다. 그리고 다행히 Covid-19로 인해 모든 것이 마비되었던 것이 풀리기 시작할 즈음 여한 29대가 출범하게 되었기에 조심스럽게 하나씩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매 달 2꼭지를 찍는 촬영장은 늘 열기로 가득했다. 동료 및 선후배 여한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전해주고 싶은 출연진들, 그러한 모습들과 내용을 더욱 잘 포착하여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 촬영팀, 이 모든 것들이 매끄럽고 부드럽게 되기를 바라는 진행팀 등등. 결과물은 1달에 2, 각각 10분 남짓한 영상이지만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들은 분주하게 준비하고 실행했다. 유튜브를 통해 여한의 활동을 보여주고 함께 하는 것이 보람이었다.


  나는 보람에 대한 충족 욕구가 큰 사람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늘 돌봐야 하는 처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참 드물다. 나는 참 운이 좋았다. 회사에서는 사장(대표원장)이기 때문에 아이를 케어하는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었다. 여한에서는 모두가 어머니 혹은 예비 어머니이므로 나의 행보와 일정에 대해 정말 큰 배려를 해 주었다. 아이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힘겹기도 하지만 보람되고 뿌듯한 일이기도 하다. 내 역량에 대한 장애물도 덜 느끼게 된다. 이런 배려와 이해와 상호교감들도 여한의사회에 감사한 부분들이고 나의 감성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유튜브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유튜브 작업은 위와 같은 일들을 소개할 수 있기에 현재 여한의사회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알림의 의미도 있지만, 이 영상으로 말미암아 더 많은 실행과 실천에 대한 촉매제 역할도 무척 크다. 전문가의 실질역량향상을 위한 보수교육, 트라우마 피해자들을 살피는 치유, 복지사각지대를 커버하는 봉사활동 등등. 다양한 내용이 소개되고 동기부여가 된다. 회원들에게 유튜브 잘 봤어요. 저도 그런 활동 잘 할 수 있어요”, “유튜브 정말 멋지던데요. 저도 함께 할 수 있어요?”, “여한의사회가 그런 일도 하고 있어요? 놀랍네요. 제가 아는 전문가 000님을 소개하고 싶어요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한의사회의 활동 범주가 늘어나는 것 같을 때 기분이 참 좋아진다.



 

이 모든 것들은 여성이라는 identity가 부여되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루 하루 자연스럽고 당연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행동하는 독행(獨行). 

여한의사회 활동을 함께 하면서 배우고 실천하는 삶의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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