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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한의사회 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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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 여한의사들의 이야기 - 부인과 초음파와 함께 한 나의 임상 20년
날짜 2024-02-01


< 여한의사들의 이야기 >

- 부인과 초음파와 함께 한 나의 임상 20년 - 


 

대한여한의사회 대의원
기린한의원 원장  노 스 텔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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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20221222. 대법원 전원협의체 판결이 있던 날. 직전에 본인 한의원에 초음파를 들인 동료 원장님의 카톡이 울렸다.

  “와 원장님 이게 무슨 일인가요!!”

  한의사가 진료에 초음파를 활용해서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위법이 아니며, 의료인으로서 적합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던 날이었다.

 

  초음파 판결 한 달 전부터 한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부인과 초음파를 공부하고 있었던 터라 며칠 전부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휴진일이라 집에서 판결 뉴스를 접했고, 순간 아이들 앞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오랜 시간의 터널 같은 암흑이 걷히는 듯, 격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나의 초음파와의 인연은 대학을 막 졸업하던 해인 2001년에 시작되었다. 한의과대학 재학 시절 방학 때면, 동기 몇몇과 함께 진단학 수업을 해주신 원장님의 한의원에서 참관하며 공부를 했다. 딱히 큰 가르침을 따로 주지 않으셔도 진료 흐름과 환자치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원하는 환자들의 손목을 잡고 맥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 생기는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2001년도에 졸업과 동시에 그 곳에 부원장으로 가게 되었는데, 하루는 원장님이 이거 초음파라고 하시면서 간과 신장 보는 법을 알려주셨다. 이제 내가 이런 걸 가지고 진료하는 진짜 의료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신세계를 접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밀려드는 환자에 초음파를 제대로 공부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2년간의 부원장 생활이 끝이 났다.

 

  2003년에 첫 개원을 인천에서 하게 되었다. 제법 규모가 있는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한의원이었는데, 이전에 계시던 분이 초음파를 사용해서 부인과 진료를 보셨던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나도 초음파를 구입해 부인과 진료를 보면서 부인과 초음파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자리에서 진료를 하려면 내가 스스로 초음파를 공부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부터 각종 양방 초음파 서적과 부인과 서적을 구입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천리안, 하이텔 등의 pc통신 세대이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해봤고, 2012년에 막내를 출산하고 아이패드를 처음 접했다. 지금처럼 구글링이나 챗봇이 없던 시대라 환자 한 명 볼 때마다 환자의 질환에 대해 양방 서적을 찾아 공부를 하고, 해당하는 한의학 병명을 찾아 동의보감, 형상의안, 의학입문, 고방유취 등의 한의학 서적을 들춰보며 치료에 대해 고민을 하곤 했다. 초음파에 관련된 서적은 한 권을 다 보면, 또 한 권을 사서 보는 식이었고, 부인과 서적도 마찬가지였다.

 

  한의학 서적의 경우 병명 하나에 한 권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병명 하나를 정하면 여러 서적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서 모두 읽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고, 가장 어려운 점은 물어볼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한 이 결론이 맞는 것인지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고, 결국 내 환자를 치료해서 얻은 결과와 초음파 사진만이 나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자궁근종이 있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한약을 복용하고 근종이 줄어드는 것을 초음파로 확인하고 환자가 산부인과에 가서 최종적으로 근종이 없어졌다고 판정을 받아왔을 때, 생리주기에 따라 내막의 변화와 배란상태를 보면서 난임환자를 치료하고 임신했을 때, 매달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심한 생리통 환자의 생리통이 호전됐을 때, 다낭성 난소가 있어서 생리불순이 심했던 환자가 생리를 정상적으로 하고 배란도 잘 이루어지게 됐을 때, 환자의 난소에 낭종이 생겼다가 치료를 받고 없어진 것을 확인했을 때, 출혈을 반복하던 갱년기 내막증식증 환자가 한약을 복용한 후 출혈이 멈추고 내막이 정상 두께로 회복하고 정상적으로 폐경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갓 결혼한 신혼의 새댁이 선근증이 있는 채로 난임치료를 하고 임신하고 출산하고 산후조리약을 복용하러 왔을 때.... 모든 순간이 기쁨이었고, 배움이었다.

 

  그렇게 진료를 계속해오다가 십년 전부터는 이렇게 치료도 잘 되고 한약복용의 효과가 바로바로 나타나는 부인과 한의학 치료와 초음파 진단을 연계해서 정리해 다른 한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한의사 선생님들이 같은 치료효과를 내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즈음부터 내가 진료하고 공부해온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용은 광범위했고, 초음파와 한방부인과 파트를 연결해서 간단하게 설명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중 2019년에 우연히 오명진 원장님의 초음파 spi강의를 듣고, 산부인과 초음파사 자격시험을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산부인과 초음파사 시험을 공부하면서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책이라면 한의사 선생님들이 쉽게 양방 산부인과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을 듯 했고, 여기에 그동안 해왔던 한의학적 지식을 덧붙이면 임상 일선에 계시는 원장님들께 아주 좋은 한방부인과 교재가 될 것 같았다.

 

  초음파를 보면서 부인과 치료를 하면 한약이 자궁, 난소 치료에 참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한약 복용 후에 초음파로 환자에게 자궁, 난소상태의 before & after를 보여주면 환자의 치료 만족도도 높아지고, 환자와 내가 좀 더 객관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된다. 앞으로는 한방부인과 진료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나와 뜻을 같이하고 같이 공부하는 원장님들이 계속 많아져서 동네한의원에서 초음파로 진료받으면서 자궁, 난소 관리를 받는 여성들이 늘어나기를 기원한다. 부인과 진료에서 한의원이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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