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가 14일 보건복지부 및 한국한의약진흥원과 함께 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트라우마 한의의료지원 사업과 초음파 임상데이터 근거의 난임 대응 한의치료 사례를 공유하며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정영훈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조윤경 한의약정책과 사무관을 비롯해 한국한의약진흥원 이은경 정책본부장, 이지현 의료지원센터장, 박유선 정책지원센터장, 대한여한의사회 박소연 회장, 박경미 수석부회장, 노스텔라 대외협력이사, 오현주 학술이사, 이채은 총무이사, 송예은 편집이사, 박재은 기획이사가 참석해 다양한 현장 사례와 정책 제언을 나눴다.
이날 박소연 회장은 “여성 한의사 7천 명 시대를 맞아, 여한의사회는 단순한 직능단체를 넘어 공공보건에 기여하는 전문 의료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성폭력 피해자를 비롯한 다양한 트라우마 환자 및 난임 환자처럼 심신의 회복이 동시에 필요한 이들에게 한의약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실증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님께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박 회장은 이어 “한방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상황인데도 정신신경과 진료가 제도권 영역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심신의학 기반의 한의학적 접근이야말로 치유의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의료 수혜자 중심에서 바라봐야 하며, 실질적 효과가 입증된 사업에 대해 보다 과감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훈 한의약정책관은 “바쁘신 와중에 간담회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국민 중심의 정책 설계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라우마 대응에 강점, 임상 기반 구축 중
여한의사회는 2019년부터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성폭력 피해자 및 위기 청소년 등 다양한 트라우마 환자에 대한 한의의료지원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21년부터는 전국성폭력상담소와의 협력하에 실질적 진료지원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경기여성가족재단·서울여성가족재단과도 연계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위기의 청소년 쉼터인 서울 시립 나는 봄 센터와 보호처분 청소년 시설인 마자렐로 센터에 매주, 매월 의료 지원사업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특히 불면, 소화불량, 전신통증 등 다양한 신체화 증상 개선에 있어 한의 치료가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는 분석 결과도 공유됐다. 실제 참여자 대상 만족도 조사에서는 평균 92%에 달하는 긍정적 평가가 나타났다.
오현주 학술이사는 “불면, 소화불량, 만성 통증처럼 트라우마로 인한 신체화 증상은 약물이나 상담만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한의치료가 환자들의 회복력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한의사회는 현재까지 트라우마 일차진료 전문가 과정을 운영해 전국적으로 총 160여 명의 수료자를 배출했고, 전국 112개 한의원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시행되는 피해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90% 이상이 ‘만족’ 혹은 ‘매우 만족’을 선택했으며, 치료 기간 연장과 비급여 항목(첩약 등) 확대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초음파 기반 난임 치료 사례 공유…실질 효과 입증
난임 분야에서는 노스텔라 대외협력이사가 직접 20년 이상 연구 목적으로 수집한 초음파 영상을 기반으로 한의 치료 후 자궁 환경의 개선을 통해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다수의 치험례를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다낭성난소증후군, 반복 유산, 자궁내막증식증, 자궁근종, 고령 등 다양한 난임 환자 유형에서 한의치료 후 생리주기 정상화, 착상률 증가, 임신 유지 성공 등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으며, 일부는 시험관시술 없이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노스텔라 이사는 “특히 침과 한약 복합 치료를 통해 자궁 내 환경이 임신에 좀 더 적합하도록 변화하면 생리 주기 안정화 뿐만 아니라 자궁혈류 개선, 내막 사이즈 정상화, 자연배란 등 가시적인 변화가 초음파로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회장은 “시험관시술은 지원되지만 임신을 준비하는 한의치료는 대부분 자비 부담이라는 점이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지자체별로 일부 병행 적용 사례는 있으나,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공식적 인정과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윤경 사무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표준화 부족을 이유로 한의 난임치료를 배제했던 기조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의계의 근거 기반 연구와 국민 홍보가 병행될 때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박재은 기획이사는 “이미 임상 현장에서 누적된 사례를 바탕으로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면서 “한의치료를 받은 군과 대조군을 비교한 실제 효과 분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제도 기반이 마련된다면 더욱 신뢰도 높은 데이터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간담회에서는 국민 여론을 겨냥한 한의 난임치료 홍보 전략, 여성단체 및 시민사회와의 연대 필요성 등도 논의됐다.
“난임과 트라우마, 수혜자 중심으로 재설계 해야”
박소연 회장은 “임신은 곧 국가 존립과 연결된 과제이며, 트라우마 치유는 사회적 회복력의 핵심”이라며 “복지 정책은 공급자 논리가 아니라 수혜자의 회복과 건강이라는 본질적 가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미 수석부회장은 “최근 한 캐나다 출신 예방의학 전문의가 한의학의 가능성에 깊은 인상을 전해줬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며 서양의학의 한계를 체감한 이후, 예방 중심의 동양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특히 난임 문제 해결에 있어 ‘임신 이전 단계에서의 한의학적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박 부회장은 “이러한 국제 의료계의 시선은 한의학의 예방적 가치가 점차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으로 정책적 뒷받침이 따라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채은 총무이사가 난임 외에도 위기 청소년 대상 멘토링, 성폭력 피해자 의료지원, 여성 인권 증진 등 여한의사회가 수행 중인 공공보건 활동 전반을 소개했다. 특히 트라우마 관련 치료 영역에서 한의학의 강점과 역할 확대를 위한 교육 및 네트워크 강화 계획도 함께 논의됐다.
여한의사회는 향후 사업에 참여할 한의사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하고, 복지부와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난임과 트라우마를 포함한 한의 의료 소외 영역에서 한의학의 공공적 기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