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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민족의학신문] “재능 있는 한의 연구자 많지만 인프라 부족…협업 환경 및 과제 지원 必” - 여한 미래인재상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61
날짜 2022-07-18

▶창간특집 인터뷰: 제2회‧제3회 여한 미래인재상 수상자 3인.

파킨슨병 억간산-아시아인 메니에르병 분석-통합암치료 연구 등 한‧양방 기초 연구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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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한여한의사회는 지난 2020년부터 우수한 연구 업적을 갖춘 젊은 여자 한의사 연구자를 후원하기 위해 미래인재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인재상에는 경희대 약대에서 학술연구교수로 근무하는 허유진 교수가 2회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3회인 올해는 강동경희대한방병원의 김민희 임상부교수, 일산차병원의 이지영 임상조교수가 선정됐다. 한의계를 이끌어갈 연구자들에게 한의학 연구의 현실과 발전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한의사회 미래인재상을 수상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허유진(이하 허): 내가 연구를 시작한지 오래된 편이 아님에도 좋은 기회를 주신 여한의사회에 매우 감사드린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주변의 도움으로 일궈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한의학계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게 더욱 더 연구에 정진하겠다.

김민희(이하 김):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데 이런 상을 받게 되어 기쁘지만 부끄럽다. 최인화 지도교수님을 비롯하여 가르침과 도움 주신 많은 분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현재는 좀 부족하더라도 미래에 인재가 되라는 뜻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다.

이지영(이하 이): 나보다 잘 하는 분들이 워낙 많은 걸 알고 있어서 서류를 제출하면서도 반쯤은 마음을 내려놓고 지원했다.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열심히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겠다. 내가 해온 모든 연구는 주임 교수님이신 윤성우 교수님의 안배로 이루어진 것이고 우리 의국원 모두가 함께 수행해온 결과물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다. 또 통합암치료 연구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의과 협진 없이 성립될 수 없었다.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신, 또 도움주신 많은 교수님들께 은혜를 많이 입었다.

 

▶(허)억간산의 레보도파 부작용 억제능을 확인한 연구로 실제 임상에서 두 약물의 시너지 효과 가능성과 적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해당 연구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부탁한다.

레보도파는 파킨슨병 질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다. 레보도파는 5년 이상 복용 시 복용 환자 중 절반 이상이 레보도파 유도 이상운동증이라는 부작용을 보이게 된다. 나는 기존 약물과 유사한 질환 치료 효과를 보이고, 약물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한약 처방이 있다면, 이원화된 현대 의료 시스템에서 환자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한방병원에서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억간산과 레보도파의 병용 연구를 수행했다.

비임상 연구를 통해 억간산이 레보도파와 병용 투여 시 레보도파가 지니지 않는 뇌 내 도파민 신경세포 보호 효능을 통해 질환에 보다 효과를 보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억간산이 뇌 내 타입별 도파민 수용체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레보도파로 유도되는 도파민 수용체 과항진 신호의 정상화를 통해 레보도파 유도 이상운동증을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실제 임상에서 한‧양방 병용 치료를 하고자 하는 환자에게 과학적인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인구기반디자인으로 메니에르병의 합병증에 대해 분석한 연구로 아시아인의 메니에르 이해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나.

메니에르병 환자들을 보면서 증상이 악화될 때의 계절, 컨디션, 나이 등에 어떤 패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신지견을 읽어보다 아시아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느껴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이 연구를 하기 2년 전 인구기반디자인으로 메니에르병에 대한 한국인의 역학과 계절성 연구를 먼저 했는데, 이 연구에서 습도와 유병률이 연관성이 있다는 것과 함께 2013년~2017년에 연간 유병률이 거의 4배로 급격하게 상승한 것을 관찰했다. 의료접근성이 높아진 것을 감안해도 그 폭이 너무 큰 것은 식생활 변화나 대사질환 유병률이 올라간 것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보고 본 연구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신체계측자료와 혈액검사 결과 열람이 가능한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메니에르병 환자와 비메니에르병 환자를 랜덤 추출하여 분석했다. 그런데 기존의 해외연구와 다르게 혈당, 혈중지질, 체질량지수 등의 수치 및 뇌혈관질환 유병률 등 대사질환 관련한 변수들과 자가면역질환 유병률이 두 군 간에 차이가 없게 나오고 알레르기 질환만 유관하게 나왔다.

그래서 기존 해외연구를 면밀히 살펴보니 인구기반연구에서는 샘플링이 가장 중요한데 이것이 잘 되지 않은 연구들이 많았고, 대부분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이에 기존에 밝혀진 대사질환, 자가면역질환과의 연관성이 바이어스에 기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서양인과 구분되는 동양인의 메니에르병의 특성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냈다. 연구를 수행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더 발전된 디자인으로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다.

 

▶(이)암성 피로 치료에서의 십전대보탕 효과를 비롯해 통합암치료 관련 연구를 여럿 수행해왔는데, 이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통합 암 치료 관련 연구는 아무래도 중환을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 그런지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에 대해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질문 준 연구를 비롯해 통함암치료 연구 몇 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우선, 암 환자의 피로에 십전대보탕의 연구를 먼저 소개해보겠다. 원래 암 환자나 암 생존자는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연구는 고형암 진단을 받고 주요 치료인 수술, 항암, 방사선을 종료한 지 1개월 이상 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십전대보탕은 사전에 조제되어 현재 시판 중인 십전대보탕 한약을 사용했다. 위약대조군을 두고 이중맹검 하에 3주 간 복용한 결과 십전대보탕 복용 군에서 더 유의하게 피로가 개선되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윤성우 교수님이 예전에 암 환자의 피로에 관한 보중익기탕 연구를 수행한 바가 있었기에 크게 헤매지 않고 무사히 연구를 종료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암 환자의 불면에 대해 가미귀비탕 제제로 한 번, 천왕보심단 제제로 한 번 임상연구를 수행한 바가 있다. 가미귀비탕은 대기대조군으로 연구를 수행했고, 천왕보심단은 활성대조군으로 신경과와 협업하여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했다. 암 환자의 불면에 추천할 만한 약에 리스트를 추가할 수 있게 되어 기쁘며, 특히 천왕보심단은 환자의 불안을 함께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불안은 큰 기대 없이 2차 결과지표 중 하나로 평가했는데 유의하게 나와서 천왕보심단의 원래 의미에 좀더 맞는 연구결과를 얻게 된 것 같다. 임상연구에서는 표준화 및 여러 가지 이유로 탕약을 쓰기가 어려웠다. 내가 수행한 임상연구들은 모두 탕약을 쓰지 않고 흔히 알려진 과립제를 사용한 만큼 실제 임상에서는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외에 유방암 환자의 방사선 피부염에 자운고를 도포하는 연구, 췌장암 환자분를 대상으로 항암화학요법과 한약을 병행할 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관찰하는 관찰연구 등이 진행되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자생의료재단에 재직했을 때는 실용적 임상연구를 배우고 또 매니징해보는 경험을 했다. 한의계에 재미있는 주제와 재미있는 연구가 많다.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드린다.

 

▶미래인재상은 한의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한의학 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요인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한의계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허: 아무래도 기타 학문에 비하여 기초 연구의 비중이 크지 않다보니 인프라 측면에서의 한계는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한의사 출신 경쟁력 있는 연구자들이 늘면서 인프라가 이전에 비해 개선되고 있고, 이에 따라 양질의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더욱 더 발전시키기 위하여 임상 연구와 함께 한의학 기초 연구를 위한 연구 과제 지원 등이 필요하다. 특히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실용학문으로서 기초 한의학 연구는 필수적이다. 향후 임상에 반영할 수 있는 신규 컨셉의 치료 전략을 기초 연구로부터 시작하여 임상과의 유기적으로 협업을 할 수 있는 환경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력 양성에 대한 지원도 확대 되면 좋겠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의사 출신 기초과학자 인력 양성 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나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과제는 없다. 이러한 현실적인 지원 부분이 확대된다면 보다 경쟁력이 있는 한의 연구자-과학자가 배출되지 않을까 싶다.

김: 뛰어난 역량을 갖춘 한의사들이 정말 많은 반면, 정작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자리가 별로 없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힘든 점일 것 같다. 연구는 소속기관에 단기간에 큰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행위는 아닌 것이 사실이다. 나만 해도 진료와 연구를 둘 다 신경 쓰느라 어려운 점이 많다. 전반적으로 한의학 파이가 커져야 연쇄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자리도 많아질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나를 비롯한 일선의 한의사들이 열심히 진료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한의협에서 앞으로도 한의학 홍보, 제도적 차원에서 많이 힘써주면 감사하겠다. 나 역시도 매우 미미하지만 한의학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칼럼과 기사를 쓰고 있다.

이: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고 감사한 일이 많은 여정이었지만, 굳이 한 가지 어려운 점을 꼽아보자면 외롭다. 연구는 정말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이고, 선후배 및 동료 분들과 교류하면서 아이디어도 얻고 실무적인 조언도 얻고 동료 검토를 받으며 발전하는 분야다. 그런데 한의 연구를 하고 싶고 실적도 좋고 유학도 다녀오고 너무 유능한 동기나 선후배들이 갈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원치 않게 연구를 종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젊은 한의 연구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배우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앞으로 수행하고 싶은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

허: 현재 내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와 관련된 한약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 기전 규명 연구와 함께 장-뇌축 기반 퇴행성 뇌질환 제어 기술 개발 연구에 집중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해당 주제에서 확장된 새로운 전략으로의 한‧양방 치료 제제간 상호작용 연구와 함께 한약제제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사회에서 앞으로 한의학에 필요한 연구 주제를 더 고민하여 추가적으로 수행하고 싶다.

김: 진료와 연구를 같이 하다 보니 진료하면서 연구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편이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며 귀 질환의 유병률이 급증하였으나, 양방치료에 한계점이 많다고 느껴 난치성 귀질환에 관심이 많다. 메니에르병, 돌발성 난청과 같은 귀 질환의 병인병리, 치료효과, 치료기전 등에 대해 한의사 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높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

이: 언젠가는 암 환자의 완화 의료에 대해서 통합의료적인 관점에서 다중 중재가 들어가는 실용적 임상연구를 한번 해보고 싶다. 다만 아직까지 다중 중재는 사회 심리 쪽 계열에서 금연 교육 정도에만 활용되었다. 상당히 막연하고 멀리 둔 목표다. 지금 당장은 연구 환경에 맞는 할 수 있는 연구가 우선이고 연구 기법도 더 체계적으로 다듬고 싶다.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 다시 한 번 부족한 점이 많은 나에게 많은 도움과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특히 학위과정부터 지금까지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나의 연구 방향에 대해 열정적으로 의견 주신(discussion) 오명숙 교수님 그리고 박히준 교수님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내가 연구를 수행하면서 옆에서 실험을 함께 수행하고, 결과에 대해 논의하면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연구실 친구들, 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항상 지지해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금 순간에 머물지 않고 발전하여 작지만 한의학 기초 연구분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

김: 연구자로서 최신 지식을 계속 공부하며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하고 한의학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또 이러한 지식을 진료에 활용하여 수준 높은 진료를 수행하여 많은 환자를 낫게 하고, 늘 그래 왔듯이 진료 중에 얻은 아이디어를 또 연구에 활용하고자 한다. 그렇게 환자에게도 한의학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며 나 자신도 발전하는 매일 매일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역설적이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남이 있을 때 보다 나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다양한 과와 함께 연구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보다 높일 수 있었던 경험들은 모두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한의학에 얽매이지 않을 때 가장 한의학적일 수 있었고, 동시에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평생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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