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가 지난 24일 대한한의사협회관 대강당에서 ‘2023 진로멘토링대회’를 개최해 한의융합인재상 시상, 명경장학재단 장학금 전달, 대한여한의사회 제1기 학생위원 임명과 함께 여한의사 선후배들의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
박소연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멘토링대회는 앞으로 후배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도움을 주고자 마련하게 됐다”며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선배 한의사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며, 더 많은 선택지를 소개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선배로서 조언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경험과 도전 기회를 피하지 말고, 부딪히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전하고 싶다”며 “어떤 경험이나 실패도 여러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테니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길 바라며 모든 경험이 여러분들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동영상 축사를 통해 “진로멘토링대회는 진료와 연구는 물론 창업, 해외 진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범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한의사 선배들에게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는 소중한 자리”라며 “오늘 이 시간이 한의대 재학생 여러분에게 더 넓고 깊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회가 될 것임을 확신하며, 이를 통해 우리 한의사들이 보다 폭넓은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지연 부회장 사회로 이어진 행사에서는 김지희 총무이사가 대한여한의사회의 연혁과 주요 활동 등을 소개했다. 여한의사회는 1965년 설립 이후 △매년 2회 학술세미나 개최 △멘토링 프로그램 △한의융합인재상 등 장학사업 △의료봉사 △타 단체와의 교류 △여성 전문직단체와의 교류 △국제 교류 △여성 인권 진흥 △온라인 및 언론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의학 연구활동으로 한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여성인재에게 수여되는 ‘한의융합인재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제4회 한의융합인재상(舊 미래인재상)은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임상조교수와 하나연 경희의료원 임상조교수가 각각 수상했다.
또한 이날 장학금 전달식에서는 강명자 여한의사회 명예회장(명경의료재단 부이사장)이 기부한 500만원의 장학금은 김세이(부산한의전), 김수민(대구한의대), 김지민(동신대), 백정원(동의대), 안수민(경희대) 등 5명의 학생에게 전달됐다.
◇ 해외 유학의 문: 한의사도 해외 유학을 가나요?
2부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한의사 선배들의 멘토링 강의가 이어졌다.
배선정 한의사는 “해외 유학에 있어 될 수 있는 한 많은 정보를 전해드리고 싶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유학을 가고 싶게 만들어 드리는 것이 오늘 제 강의의 목표”라고 운을 뗐다.
배 한의사는 졸업 후 현재 하버드 보건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번 가을 박사과정 입학 예정이다. 미국 유학의 장점 중 하나로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연구진, 교수진을 꼽았다. 또한 하버드의 경우 다양성을 중시하는 학교라 30% 정도의 학생이 세계 각국에서 오는데, 이로 인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았다.
유학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연구 환경’이라고 밝힌 배 한의사는 “날카로운 부분일 수도 있지만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미국의 NIH(국립보건원) 예산을 비교하자면 300배가 넘는 예산 규모를 가지고 있다”며 “특히 하버드는 64조에 육박하는 지원금을 매년 받고 있고, 비록 유학 비용을 내기는 하지만 이 지원금으로 다양한 장학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밝혔다. 이어 배 한의사는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60% 이상이고 여학생이 많이 접근하는 분야가 되고 있다”며 “많은 여한의사 후배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창업과 경영의 문: 스타트업 꿈만 꾸지 말고 도전하세요
이지현 한의사(마음스토리 대표)는 벤처기업을 운영하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성장과정 등에 대해 강의했다. 졸업하자마자 한·양방 협진병원에서 진료하게 된 이 대표는 한의사로서의 삶을 굉장히 만족스러워했었다. 진료를 보며 만나는 환자들은 민간요법과 한의학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왜 사람들은 민간요법과 한의학을 자꾸 헷갈리는 걸까?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등을 고민하던 이 대표는 쌍화차를 파는 전통찻집을 발견했다. 찻집에서 식품용 한약재와 의약품용 한약재가 다르다고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카페를 인수했다.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주관 창업지원사업, 중소기업벤처부 주관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결실을 맺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 의사를 표현하는 법 △내 생각을 다듬는 법 △세상을 넓게 보는 법 등 몇 가지의 소양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창업을 준비하며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추천했다.
◇학술연구의 문: 한의학 기초 연구자, 그 길이 궁금하시다구요?
세 번째 강연에서는 송정빈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가 대한여한의사회 한의융합인재상(구 미래인재상) 1회 수상자로서 본초학 교수가 되기까지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한의학 기초연구자의 길을 설명했다. 송 교수는 기초연구자의 제일 첫 번째 조건으로는 ‘지적 호기심’을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주변 환경의 뒷받침’을 꼽았다.
송 교수는 “기초연구가 나의 길에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직접 경험을 해보는 것”이라며 “방학 중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을 이용해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그는 이어 “연구 전공 선택에 있어서는 가장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하길 바란다”며 “20대에 할 수 있는 특권은 경제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으니 너무 많은 걱정을 하기보다는 그냥 좀 부딪혀 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병원전문의의 문: 병원 수련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그대들을 위한 제언
네 번째 시간에는 이민승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임상교수가 가천대 학부 출신으로 경희대한방병원에서 수련과정과 대학원 과정을 거쳤던 생생한 경험담을 전했다.
이 교수는 “병원 수련을 할지 말지 고민하기 전에 우선 내 가치관과 꿈에 대해 한 번쯤 질문이 이뤄져야할 것 같다”며 “내가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하고,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으로 과연 병원 수련이 도움이 되는가를 선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의료인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싶어 병원 수련을 결심했다는 이 교수는 대학 병원 임상교수의 장점으로 의사나 간호사 등 타 직역과 함께 일을 하며 의학적인 이해가 넓어질 수 있음을 내세웠다. 이외에도 수련의 때 배웠던 것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군을 진료할 수 있고,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을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병원 면접 준비 과정, 수련의로서의 생활 모습, 마음가짐 등 학생들이 가장 관심있게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 상세한 진행으로 학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3부 시간에는 선배와의 그룹 멘토링 시간을 통해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을 질의하는 등 향후 진로 선택에 있어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날 멘토링대회에 참여한 한의대생은 “졸업 후 갈 수 있는 다양한 진로들에 대해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6년 동안 고민해왔던 것들이 전구가 켜진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여한의사회에서는 이날 참석하지 못한 한의대생들을 위해 향후 ‘대한여한의사회 유튜브’(https://youtube.com/@user-tw4wi4ti6h)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