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주혜지 기자] 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가 23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개최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전국 간담회에 참석해 한의진료 사업경과 보고와 향후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지난 2001년 구성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이하 전성협)는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경험을 안전하게 말하고, 성폭력에 대한 사법적‧비사법적 대응과정, 치유 및 회복의 과정을 ‘함께’하는 성폭력상담소의 협의체다.
대한여한의사회는 2021년부터 전성협과 ‘성폭력 피해자 트라우마 한의진료’ 시범사업을 추진,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해 교육과 봉사 활동들을 지속해왔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최유경 학술이사(가천대 한의과대학 교수)가 한의 의료지원 시범사업의 경과를 발표했다.
최 이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는 단기간의 상처 치료와 의학적 처치뿐 아니라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데, 심신의학을 기반으로 한 한의학이 트라우마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의학은 몸과 마음이 연결돼 있다는 맥락 속에서 복잡하게 신체화 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증상을 해결해줌으로써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정기(환자 자체가 가진 힘)를 끌어올리는 최선의 치료라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여한의사회에서 진행한 시범사업은 진료받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진료 서비스 만족도가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병원 대기 시간, 병원 친절도, 병원 예약 등 다른 항목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최유경 이사는 “현재 한의계 내에서 성폭력피해자 대상 진료가 활성화돼 있지는 않지만, 한의사들은 트라우마 치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트라우마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한의 의료지원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소연 회장은 현재 여한의사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트라우마 한의일차진료 전문가 전국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설명하며, 향후 성폭력 피해자 포함 여성범죄 피해자 국가적 지원에 한의진료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입안 추진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소연 회장은 “현재도 한의진료는 보험 급여 지원이 가능하나 홍보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피해자를 직접 접촉하는 상담사나 지자체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또 “피해자뿐만 아니라 상담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트라우마에 노출되는 상담사들에 대한 진료도 추후 확장돼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다”며 “지자체와 상담사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전성협 측에서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로, 앞으로의 추진 방향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