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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의신문] 인터뷰, 교체 중인 여한… “대표성 강화해 회원들의 우산되겠다”
작성자 신현숙
조회수 3,329
날짜 2019-11-20

[한의신문] 2019.04.19.


C2210-18


김 영 선 대한여한의사회 회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4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영선 대한여한의사회(이하 여한) 회장으로부터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여한에서 20년 동안 활동했고 결국은 회장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소감을 부탁드린다.

부끄러운 자기고백 같지만 딸이 한의대에 입학하면서 여한의사의 미래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된 게 사실이다. 부모로서, 선배로서 더 나은 미래를 후배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게 작용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그동안 여한의사회에서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조금 더 진보하는 단체가 되길 바랐던 마음도 있던 차에 결심을 하게 됐다. 여한의사가 전체 여한의사들의 역량을 집결시킬 수 있는 단체가 되길 바란다.



◇여한 이전에도 분회 활동을 했는데 정책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같은 학교 선배와 결혼해 남편도 한의사긴 하지만 원래 우리 집안에는 한의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집도 지방이었기 때문에 졸업한 직후 멘토가 없어 막상 진로가 막막했다. 무작정 서울에 올라와서 지인의 소개로 여한의사회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소규모로 한정식집에 모여 얘기하는 정도였지만 선배들을 보니 안심이 됐다. 내가 따라갈 사람, 이정표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자리를 잡고 난 이후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든, 한의계든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의료정책 최고위과정을 수료한 것도 이러한 생각의 발로다. 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 분야 정책연구소, 학계, 의료인 등과 인연을 만들며 타인의 시선에서 한의계는 어떻게 보여지는지, 한의계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의사 개인의 진료도 중요하지만 선배들이 한의사들의 전체 영역을 확대하고 후배들이 그 궤적을 따라갈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고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이사진은 꾸렸는지, 새로운 여한의사회 구성에 대해 소개해 달라.

여한의사회 정관에 이사진은 20명으로 꾸리게 돼 있는데 이번 새 집행부의 임원 임명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지연, 학연을 떠나 역량 위주의 탕평 인사다. 여한의사회가 전체 여한의사들의 대표성을 확고히 띌 수 있도록 각 학교별로 개인의 경력이나 자질을 충분히 인정받은 인재들을 추천받았다.

학교별 추천 외에도 각 분야에서 커리어를 인정받은 분들을 대거 영입했다. 예컨대 모유수유학회에서 학술 활동을 했다든가 치매사업 강사로 오래 활동하신 분도 있고 탈북 한의사는 물론 오랫동안 교수로 재직하신 분도 모셨다. 건강한의사로 TV에 자주 출연해 대중성을 얻은 분도 있다. 90학번대 분들도 많이 참여해 전반적으로 여한의사회가 세대교체가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일단은 각자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분들을 모셨지만 여한이 하나의 우산이 된다는 걸 느끼고 결집한다면 우리 단체 안에서도 역량이 강화되고 성장하는 여한의사도 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일정은? 취임 직후의 활동이 궁금하다.

당장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선 의료계가 강원도 고성산불지역에 지원단부터 구호물품까지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여한도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재민을 위한 의료봉사에 다녀올 계획이다.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 추나요법 관련 세미나도 두 차례 계획하고 있는데 벌써 마감되는 등 인기가 뜨겁다. 아직 계획하지 않은 3차 세미나에는 꼭 참여하겠다는 분들까지 있을 정도다. 자료집을 만들고 있는데 여한의사회 이민정 정보통신이사가 여한들이 추나 테이블을 이용해 더 힘 안들이고 추나치료를 잘할 수 있다고 재능 기부를 하며 흔쾌히 나서주셨다. 여성은 남성보다 물리적 힘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추나는 힘보다 테크닉으로 하는 치료다. 추나 테이블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힘이 안 들어가는 섬세한 기술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우리끼리 하는 말로 연약한 ‘44~55사이즈로도 할 수 있는 추나 치료’인 셈이다.(웃음)



◇남성 한의사와 대조되는 여한의사만의 장점이나 역할이 있다면?

추나 얘기가 나왔으니 이어가겠다. 당장 이 분야에서도 여성 의료인만이 갖는 강점이 있다.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으로 미투 열풍이 일었고 진료실 안에서의 성추행이나 의료 윤리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추나는 밀접한 신체 접촉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데다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넓기 때문에 예민한 환자들의 경우 불쾌감을 호소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만약 여한의사한테 받는다면 어떨까. 여성 환자 입장에서 분명히 더 긴장을 풀고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 환자들이 피부과나 산부인과를 갈 때 여성 의료인을 선호하듯 추나 치료의 경우도 보다 민감한 여성이라면 더 마음 편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떤 한의원은 ‘추나 여한의사가 진료한다’는 간판을 붙여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제는 여한의사라는 점이 하나의 메리트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섬세한 추나 치료를 통해 여한의사가 환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의료인이 될 수 있다는 본보기를 쌓아 나가고 싶다.



◇최근 여한 차원에서 최초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생애주기에 따른 여한의사 진로 및 취업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연구에서 여한의사들의 ‘육아’, ‘직무환경’ 등에 관해 통계 분석을 했다. 전임 회장 때부터 실시했는데 표본이 전체의 생각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젊은 여한의사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또 여한 단체 차원에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이런 표본 조사가 많진 않다. 전공의들의 피해 사례나 남녀 차별 문제와 관련된 설문은 여자치과의사회에서 한 걸로 알고 있고 지난 2011년 의료단체 중 여의사회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기는 하나 여한 차원에서의 취업 현황 조사는 처음이다. 향후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쳐 의견 수렴을 진행하는 소통의 장을 계속 마련하고 후속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여성 의료 전문가 단체로서의 위상 확대를 위한 계획은?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나 여성과학기술인총연합회 및 여의사회, 여자치과의사회 등과 같이 활동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일단 그들은 규모면에서 크다. 조직화가 잘 돼있고 중앙회나 지부 등의 지원도 많이 받더라. 그렇다보니 직능별 세미나, 포럼 개최도 용이하고 각 파트별로 해외는 물론 의료봉사를 많이 하니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일단 우리는 여한 자체의 역량을 키워서 운신의 폭을 넓힐 계획을 하고 있다. 이후 중앙회와의 공조를 통해 더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임기 3년의 로드맵이 궁금하다.

임기 첫 해에는 우리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한의사 단체를 직능적으로 두껍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한의사를 대표한다는 대표성을 공고히 할 것이다.

2년째 들어서는 대외적으로 우리의 역량이 보이도록 할 것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우리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냈고 그에 대해 논의 중인데 후속 사업 결과가 나오면 같이 토론회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또 이러한 결과들을 토대로 정부 사업에도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여성가족부에서는 여성 전문 의료인의 현황을 보는 거라 의미있게 생각할 것이다.



◇남기고 싶은 말은?

여한의사들이 한의계 정책 참여에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중앙회 임원 중 당연직 부회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가 있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작업할 것이다. 중앙회 내에 여한의사의 임원 정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유능한 여성 한의사를 배출해 정부 차원의 여성 건강 관련 사업에도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한의계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에 경희대 한의대 18학번 중에 여학생이 더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10년 뒤 한의계는 여초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를 대비해 여한의사들이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잘 터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려가 아닌 여성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한다면 한의계 전체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여한의사의 권익 신장과 세대교체에 맞게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때, 관심과 힘을 실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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