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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의신문] 미투 이후 성인지감수성 주목…한의계, 성폭력 치료 지원 나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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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현숙 |
조회수 3,256 |
날짜 2019-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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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윤영혜기자] 2019.11.15 지난해 미투 운동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개념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대한여한의사회(이하 여한)가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 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의계 내 성폭력 피해자 진료 경험 및 피해자에 대한 인식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돼 향후 진료매뉴얼 구축에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회관 5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최유경 가천대학교 한의과대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 한의 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 연구’ 주제발표를 통해 한의사 및 한의대생 1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및 정량적 통계분석을 통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기간은 지난 9월 18일부터 9월 24일까지이며, 조사내용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현행제도에 대한 인지 조사 △필요한 교육내용이나 매뉴얼 내용에 대한 조사 △성폭력 관련 인식조사(여성가족부의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문항 사용) 등이다.
조사 결과 응답 한의사의 89.05%는 성폭력 피해자 진료경험이 없었으며,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 1,2회에 그쳐 ‘한의사의 성폭력 피해자 진료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 한의사와 예비한의사는 성폭력과 관련한 공공서비스와 성폭력 관련 법제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한의사와 예비한의사의 93.5%는 ‘한의계에 더 많은 성폭력 피해자 전담 의료기관이 지정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다수의 한의사들이 ‘성폭력 피해자 진료 매뉴얼과 관련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과 매뉴얼의 내용에 ‘성폭력 트라우마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은 90% 이상으로 월등히 높아, 한의사들이 생각하고 있는 성폭력 진료 분야에 대한 관심과 한의계의 역할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최유경 교수는 “일반의와 전문의 사이의 진료 경험에 따른 응답 차이는 없었으며 한의사들이 성폭력 피해 상담소에 대해 알고는 있으나 전담 판·검사가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는 응답이 비교적 낮았다”며 “연령별로도 인식 분포가 존재하는 등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들이 나왔는데 한의계 내 의료 매뉴얼 작성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상식, 젠더감수성’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의료기관은 '하이터치(high touch)'가 이뤄져 의료인의 성별과 환자의 성별이 매우 민감하게 인식되는 공간”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여한의사회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 시스템 구축은 피해자에 대한 상황적 민감성을 구체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마련하려는 매우 선진적인 인권 의료행위”라고 전했다.
◇“2차 가해 주의…안전의 장 확보 우선”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sexual assault 및 관련 환자의 한의 중재’에 대해 발표한 김동일 대한한방부인과학회장은 “성폭력 환자는 기본적으로 자존감 훼손에서 오는 두통 및 화병, 배뇨장애 등에 시달리며 나아가 성기능 장애는 물론 난임 진료에서도 치료를 회피하게 된다”며 “아급성기와 만성기로 나누어 진료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특히 급성기의 환자들이 왔을 때의 법률적 대응과 연계할 의료기관과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모든 진료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생길 수 있다”며 “질책성 설교와 비언어적 행동에 담긴 책망의 기분, 검진과 증거 수집 과정의 준비 소홀과 미숙으로 인한 불편, 직원간의 대화 중 비밀 노출, 자연스럽지 않고 전문적이지 않은 모든 것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 “성추행 관련 소송 건들이 있는데 유죄냐 무죄냐의 관점보다 성인지감수성 관점에서 의료인에게 필요한 사항에 대해 홍보나 교육이 전문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협회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보수교육 프로그램에 해당 내용들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강형원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장은 ‘한의 트라우마 치료 매뉴얼’과 관련해 보건산업진흥원에서 했던 연구를 토대로 트라우마의 진행 및 치유 단계에 대해 소개했다.
강 회장은 “피해자가 의료기관에 왔을 때 치료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일단 이곳에서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는 ‘안전의 장’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전부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되진 않는 만큼 개인의 취약점에 따라 맞춤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결과로서 따라오는 것을 같이 목격하는 게 치료자의 역할이며 마지막 통합 단계에서는 환자를 괴롭히는 흔적이 상처로서 고통을 주는 게 아니라 흔적이 훈장처럼 다가올 때 통합되고 받아들여지는 단계가 된다”고 부연했다.
치료와 관련해서는 “침, 뜸, 부항, 한약 등이 트라우마 치료에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며 “침은 잠을 못자고 어깨, 목 등의 통증 등 신체적 증상을 금방 완화시켜 줄 수 있고 시호가용골모려탕 등의 처방도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세연 한의협 의무이사는 “한의사의 공공의료 참여 등 의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만큼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정책적으로 연계시키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학생 대표로 참석한 진하윤 경희한의대 성평등위원회 ‘달해’ 위원장은 “한의대 내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발언과 인식은 장차 성폭력 피해자를 진료할 전문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대학은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을 양성하는 곳인 만큼 더 엄격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개회식에서 김영선 여한 회장은 “양성 평등의 문제는 여한의사의 수가 증가할수록 한의계 전체의 역량을 견인하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며 “심신의학인 한의학이 트라우마 치료에 가진 장점을 살려 향후 성폭력 한의진료 지원 시스템의 방향을 정립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문석 한의협 부회장은 “미투운동이라는 세계적인 반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이지만, 우선적으로 피해 여성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야 하는 의료의 영역에서만이라도 지원 시스템과 매뉴얼 구축이 빠르게 도입돼야 할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오늘 심포지엄이 의료 영역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지위와 인식이 개선돼가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소경순 여한 명예회장은 “여한의사회 선배들은 이미 50여년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치료를 비롯해 미혼모 여성, 다문화 가정 여성 등을 위한 의료지원에 나서왔다”며 “앞으로도 성폭력 치료 교육 및 의료지원 등 양성평등을 바탕으로 한 국민 보건과 건강 증진 활동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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