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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의신문] “인간의 상처 치유에 동참할 수 있는 한의사, 이런 직업 행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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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536 |
날짜 2021-0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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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행운을 가진 직업이라는 것을 후배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픔이 있는 사람의 상처 치유에 진료하는 몇 십 년 동안 열 번 정도만 동참해도 얼마나 의미있는 삶일까요? 심신의학의 관점으로 환자를 대하는 한의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한여한의사회(이하 여한)가 19일 개최한 예비 한의사들을 위한 ‘온라인 진로멘토링’에서 최보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보한의원 원장)는 ‘트라우마 치료의 한의 심신의학적 접근’에 대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해당 강연은 성폭력피해자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교육세미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최 원장은 “본과 4학년 당시 진로가 막막하던 때, 한방신경정신과 수련을 받고 한의원을 개원했다”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폭력과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고 오래 묵힌 상처일수록 신체화돼 이런 고통은 다른 의과에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고 여러 군데를 전전하다 결국 한의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때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소중히 묵힌 사건들을 나이 지긋한 환자가 들려주는 경우가 있다”며 “자신이 받은 상처를 흘려보내는데 우리를 참여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의 트라우마 치료와 관련해 최 원장은 “성폭행 등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피해자들은 당시에 소리를 지르지도 뛰어나오지도 못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그렇게 못했을까 자책까지 하기도 한다”며 “프로즌이라는 자기보호 기전이 작동한 것인데 이후에 두통, 불면, 근육통들을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 치유 4단계 중에서는 ‘안전의 장’ 구축을 강조하며 “환자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을을 표현했을 때 일차적 가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심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데 이곳만은 안전하다, 나는 너를 지지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안전의 장 구축은 한의 심리치료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진이 환자의 사건에 함께 매몰되지 않고 트라우마에 갇힌 사람이 극복해 내려는 힘에 초점을 맞춰 끌어올리면 환자가 평온해져 사건을 평온하게 쳐다볼 수 있게 된다”며 “정기를 북돋아 사기를 물리치는 방법은 심신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이 지닌 본질적이면서도 강점인 분야다. 현재 의료 체계 하에서 지역 사회에 가장 잘 기여하면서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환자의 몸과 마음을 같이 치유하는 일이 아닐까”라고 마무리했다.
◇성폭력 진료, 성인지 감수성부터
“법은 합리성, 객관성을 얘기하지만 피해자의 목소리기 제대로 안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여러 사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피해자다움도 가해자다움도 없습니다. 누구나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료인으로서 명심해야 합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성폭력과 인권’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여성인권을 위한 국제적 여정, 여성 인권 확장 법 제정의 역사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주목할 만한 성희롱 관련 판결문을 소개하며 “뒤에서 기침 한번 하면 통하는 게 위력”이라며 “차별이 심할수록 불평등은 더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자들의 비명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더 밝아질 것”이라며 “성폭력 진료를 위해서는 단순한 치료 역량 뿐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을 비롯해 뿌리 깊은 성폭력과 관련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다면적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의원 취업준비, 어떻게?
남지영 경희 미르애한의원 네트워크 대표는 임상 한의사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대해 강의했다.
남 대표는 “계획대로 인생이 되지는 않았지만 15년 동안 순간마다 닥친 어려움들을 해결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며 “모교 대학원, 한의협 등을 거쳐 네트워크 한의원 대표를 맡게 됐는데 가장 평범한 임상가의 삶이지만 후배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이 아닐까 싶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임상의가 갖춰야 할 요건’에 대해 그는 믿을 만한 선배 한의원에서의 참관을 권했다. 임상 투입 시 어떻게 치료하고 끌고 나갈 수 있을 지 미리 연습하는 자리가 된다는 것이다.
‘차트작성’에 대해서는 “차트는 나를 보호하는 수단”이라며 “객관적 자료 평가, 의학적 검사 내용, 치료 예후, 환자와 있었던 일을 기록해 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턴수료’와 관련해서는 “한의원 부원장이라는 자리는 어쨌거나 교육을 받는 자리가 아니다보니 수련기관에서 인턴이라도 배우고 나오는 게 사회생활 하기 좋다”며 “전문의까지는 고민되더라도 인턴까지는 마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화한의원과 일반한의원’에 대해서는 “한의사는 누구나 언젠가는 개원을 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두 군데 다 경력을 쌓는게 좋다”며 “특화한의원의 경우 특정 환자 진료에만 매몰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사람의 반응은 굉장히 다양하고 무궁무진해 같은 환자 그룹 안에서도 치료를 깊이 있게 하면서도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 초보봉직의가 알아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는 “대표원장들이 선호하는 부원장은 대부분 임상 1,2년차”라며 "어느 정도 치료를 시도해 본데다 차트 작성도 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신규 한의사는 한의원도 사회라는 인식이 좀 덜해 동아리 학생 생활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짧은 경력이라도 있으면 한의원도 일종의 회사 같은 조직이란 걸 알게 된다”며 “한의원도 결국 ‘근태’가 중요한 직장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추나’와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과 할 줄 모르는 것은 다르다”라며 “여한의사라도 졸업 전에 추나 스킬을 익힐 것”을 권했다.
이밖에도 예비여한의사들과 함께하는 진로멘토링으로 이승민 자생메디컬 아카데미 원장이 ‘미국 한의진료의 현실과 진출 알아보기’, 이수연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무관이 ‘공직 한의사의 업무’에 대해, 박유리 WHO 라오스 사무소 팀장이 ‘국제보건분야 진로 및 세계보건기구 진출’에 대해 강연했다.
한편 이날 개회식에서 김영선 여한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로 왕래가 쉽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온라인으로 두 번째 실시하는 진로 멘토링을 통해 같은 여한의사로서 창의적으로 진로를 확장시킨 선배들의 조언이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한의협은 남녀 관계없이 모든 한의사를 위한 단체이지만 과거 여한의사 회원들이 진로를 모색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라며 “여한의사가 소수가 아닌 주류가 된 요즘, 여한의사회는 한의계 내에서도 여한의사회는 중요한 단체가 됐다. 3년 전 오프라인에서 서울시한의사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내년에는 오프라인에서 꼭 찾아뵙고 싶다”고 밝혔다.
17대 여한의사회장을 역임한 강명자 명예회장은 “졸업했던 72년 당시, 진로는 개업하거나 경희의료원에 조교로 남는 길뿐이었는데 여한의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어 고무적”이라며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게 임상에서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날 여한의사회는 한의학 연구활동으로 한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여성과학자이자 미래인재로 성장하고 있는 사람에게 수여되는 ‘미래인재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번 시상에서는 송정빈, 이승민 한의사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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